— 육신이라는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부수지 못한 자들을 향한 할(喝)!
[상당(上堂)하여 주장자를 세 번 내리치고 대중을 둘러보며 이르시기를]
“입만 열면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요, 혓바닥만 굴리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노래하는구나.
천하의 사기꾼들아, 네놈들의 뱃가죽 속에 꿈틀거리는 탐진치(貪瞋癡)의 뱀 한 마리도 쳐죽이지 못했거늘, 어디서 빌려온 조사(祖師)들의 찌꺼기 말장난으로 허공에 칼질을 해대는가!
묻노니, 네놈의 그 거룩한 불성(佛性)은 삭풍이 몰아치는 엄동설한에 체온 한 줌 덥힐 수 있더냐?
배가 뒤집히는 파도 속에서 네 머릿속의 반야(般若)가 숨통 하나 틔워주더냐?
법상(法床) 위에 올라앉아 관념의 침을 튀기지 마라. 깨달음은 혓바닥 끝에서 피는 환영(幻影)이 아니요, 살점이 찢기고 뼈마디가 녹아내려 이 피비린내 나는 가죽부대[色身]가 통째로 뒤집어지는 생리적 변혁이니라!”
1. 칠처징심(七處徵心)의 파산 : 붉은 고깃덩어리 위의 무위진인(無位眞人)
대중들이여, 《능엄경(楞嚴經)》 첫머리에서 아난(阿難)이 마음이 어디 있느냐는 부처님의 물음에 일곱 번을 짚었다가 일곱 번 모두 사정없이 박살 나는 꼴을 보아라.
몸 안에도 없고, 몸 밖에도 없고, 감각의 틈새에도 없고, 어둠 속에도 없으며, 생각의 끝에도 없다. 아난이 헤맨 이유는 단 하나다. ‘생각’으로 마음의 위치를 가늠하려 했기 때문이다. 대가리 굴려 찾아낸 것은 마음이 아니라 대상 경계에 부딪혀 일어난 파초 껍질 같은 망상(妄想)의 부스러기일 뿐이다.
팔환변견(八還辨見)이라!
밝음은 해로 돌려보내고, 어둠은 그믐밤으로 돌려보내며, 통함은 문과 창으로 돌려보내고, 막힘은 벽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삼라만상의 모든 경계는 다 제 어미에게로 돌아가나니, 그 모든 것을 ‘보고 있는 그놈[見性]’은 어디로 돌려보낼 텐가?
임제(臨濟) 할아비가 법상에서 벽력같이 소리치지 않았더냐.
“너희들의 붉은 살덩어리[赤肉團] 위에 지위 없는 참사람[無位眞人]이 있어, 언제나 너희의 얼굴 구멍으로 드나들고 있느니라! 보지 못한 놈은 보아라, 보아라!”
‘붉은 살덩어리’라 했다! 조사들은 단 한 번도 허공의 뜬구름 속에서 도를 찾으라 한 적이 없다. 심장 박동이 뛰고 피가 솟구치는 이 육신을 벗어난 도는 허깨비다. 깨달음은 머리로 허공을 쳐다보는 짓거리가 아니라, 이 가죽부대 안에서 온몸으로 무위진인의 숨결을 낚아채는 일이다.
2. 오음(五陰)의 지옥도를 뚫고 내려가라
많은 학자 놈들이 오음(色·受·想·行·識)을 심리학 책 읽듯 종이 위에서 분석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오음은 종이 위의 개념이 아니라, 수행자의 살과 뼈를 으스러뜨리며 뚫고 지나가야 하는 다섯 겹의 철벽(鐵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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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음(色陰)은 견고망상(堅固妄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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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다리가 끊어질 듯 쑤셔오고 허리가 부러질 듯 비명을 지른다. 이것이 색신의 장벽이다. 이 물질적 저항과 육체의 결박을 뼈를 깎는 인내로 뚫어내지 못하면서 어찌 해탈을 주절거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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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음(受陰)은 허명망상(虛明妄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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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굳은 결이 풀리며 잠깐 허공과 하나 된 듯한 쾌감, 시원한 기운, 헛된 환희심이 일어난다. 어리석은 자들은 이 생리적 반작용을 대오(大悟)라 착각하고 주저앉는다. 그것은 심해가 다이버의 고막을 누르기 직전 스쳐 지나가는 마비 증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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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음(想陰)은 융통망상(融通妄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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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영리한 지혜가 터져 나오고 과거와 미래가 환히 보이는 듯한 경계다. 오음의 심장부인 이 자리를 칼로 베듯 끊어버려 근진(根塵)의 속박을 탈탈 털어내야 비로소 분단생사를 끝내는 아라한의 문턱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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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음(行陰)은 유은망상(幽隱妄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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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깊은 밑바닥에서 쉼 없이 돌아가는 업력(業力)의 톱니바퀴, 미세한 맥박과 세포의 호흡까지 낱낱이 목도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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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識陰)은 전도망상(顚倒妄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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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앎의 뿌리마저 부수고 이근원통(耳根圓通)으로 근원적 허공과 마주치는 자리다.
주화입마(走火入魔)니 마장(魔障)이니 하는 것들도 다 어디서 오는가?
신체 기맥의 압력 변화를 마음의 신비체험으로 착각해 생겨난 정신의 병착(病着)이다. 깨달음이란 단 한 번의 영리한 깨우침이 아니라, 뼈와 골수 속에 엉겨 붙은 오음의 지층을 도끼로 찍어 내리치며 바닥 끝까지 뚫고 내려가는 처절한 생리적 해체 사건이다!
3. 화택(火宅)의 세 수레를 부수어라 : 가행(加行)을 과위(果位)로 삼는 자들의 죄악
《법화경(法華經)》을 보아라. 집은 활활 불타오르는데 철부지 아이들은 삼계(三界)의 화택 안에서 양 수레, 사슴 수레, 소 수레를 타고 논다.
성문(聲聞)의 선정, 연각(緣覺)의 고요함, 보살의 지혜라는 것도 결국 불타는 집을 빠져나가게 하기 위해 늙은 아비가 던져준 임시 수레[加行]에 불과하거늘, 오늘날 수행자들은 삼매(三昧)의 맛에 취해 수레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자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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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의 십겁좌선(十劫坐禪)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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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겁 동안 미동도 없이 도량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으나 불법(佛法)은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왜인가? 돌부처처럼 굳어 앉아 있는 것 자체는 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형상에 갇힌 삼매는 죽은 송장의 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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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식의 옷자락 속에 아버지가 남몰래 꿰매어준 무가보주(無價寶珠)가 있으면 무엇하는가? 거친 저잣거리로 뛰어나가 제 손으로 옷섶을 찢고 구슬을 꺼내어 쓰지 않는다면 그는 평생 밥 빌어먹는 거지에 불과하다.
“성문은 욕심을 줄여 생사를 싫어하며 피하지만[少欲厭生死],
보살은 생사의 거친 불구덩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든다[不畏生死]!”
소승과 대승을 가르는 것은 경전을 달달 외우는 식견의 차이가 아니다.
진흙탕 속으로 자신의 살덩어리를 기꺼이 내던져 중생을 건져 올리는 ‘삶의 태도’와 ‘육체적 결단’의 차이다!
4. 기맥(氣脈)의 전화와 경안(輕安) : 체온 없는 공(空)은 시체다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부처님의 친아들 라훌라가 무엇으로 사선(四禪)을 성취했는가?
바로 숨[息]이다! 안반수의(安般守意), 들숨과 날숨을 코끝에서 낱낱이 꿰뚫어 보는 호흡관이다.
생각과 기운이 하나로 엉겨 붙어 숨이 길면 긴 줄 알고, 숨이 짧으면 짧은 줄 알며, 거친 호흡이 가라앉아 맥박이 잦아들고 뼈마디가 풀려나갈 때, 경전은 무어라 단언했는가?
“마음은 청정해지고, 몸은 유연해진다.”
들으라! 선(禪)의 진도는 네놈의 건방진 주둥이나 머릿속 평화로 매기는 것이 아니다. 오장육부와 기혈(氣血)의 상태로 증명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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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견성(明心見性)은 철저히 생리의 개조(改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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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가 병들고 기맥이 뒤틀려 헐떡이는 놈이 어떻게 삼매를 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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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이 뚫리지 않고서 초선(初禪)의 경지에 들 수 없으며, 삼맥칠륜(三脈七輪)의 매듭이 풀리지 않고서 참된 경안(輕安)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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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에서 감로(甘露)의 시원한 기운이 쏟아져 내리고, 단전에서 타오른 불기운이 온몸의 독기를 태워 없애 허공에 깃털처럼 떠 있는 경지가 와야 비로소 정(定)의 문턱을 밟았다고 할 것이다.
[반야와 사가행(四加行)의 신체적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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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위계 |
신체적·생리적 변혁 (기맥의 성취) |
실천적 증득의 경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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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위 (煖位) (색즉시공) |
체온의 혁명 : 전신의 기맥이 뚫리며 단전과 골수가 용광로처럼 달아오름 |
관념의 공(空)을 넘어 색신이 실제로 비워지는 최초의 불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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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 (頂位) (공즉시색) |
정수리의 개방 : 정수리(백회)가 열리며 청량한 기운이 하강하고 삼맥칠륜이 관통됨 |
진공묘유(眞空妙有), 형상 없는 가운데 온갖 생명력이 솟구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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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 (忍位) (색불이공 공불이색) |
중도의 체화 : 삼계의 거친 감각과 기운이 완전히 조화되어 극심한 경안에 도달 |
무상·고·공·무아의 진리가 뼈와 골수에 완전히 사무쳐 흔들림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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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일법 (世第一法) (환희지 견도) |
삼업의 전화 : 신·구·의 삼업의 세포 하나하나가 지혜의 체질로 탈바꿈함 |
분별망상이 영원히 끊어지고 즉각적인 보살의 대회주(大懷抱)가 열림 |
몸이 더워지는 난위(煖位)를 맛보지 못하고 지혜를 논하는 자는 얼음장 위에서 모닥불을 상상하는 놈이요, 정수리가 서늘해지는 정위(頂位)를 얻지 못하고 해탈을 지껄이는 자는 가뭄 든 논바닥에서 비 오기만을 비는 미련퉁이다!
5. 돈오(頓悟)라는 사기극 : 복숭아꽃 뒤에 숨은 삼십 년의 참구
세상 멍청이들이 선종(禪宗)의 일화를 보며 낭만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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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운(靈雲) 선사가 복숭아꽃을 보고 대오했다 하니, 제놈들도 봄날 꽃구경 가다 도통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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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엄(香嚴) 선사가 대나무에 기와 조각 부딪히는 ‘딱!’ 소리에 깨쳤다 하니, 귀만 쫑긋 세우면 성불하는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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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德山) 선사가 용담의 촛불이 훅 꺼지는 순간 눈을 떴다 하니, 방 안의 전등 스위치만 내렸다 올렸다 한다.
눈먼 장님들아! 그 찰나의 방아쇠 뒤에 숨겨진 삼십 년의 피눈물을 보아라!
영운 선사가 복숭아꽃을 보기 전, 뼈마디가 녹아내리도록 의단을 움켜쥐고 방바닥을 뒹군 삼십 년의 좌선이 있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샛별을 보고 확철대오하신 것 역시, 6년 설산(雪山)의 피골이 상접한 고행과 수없는 전생의 수증(修證)이라는 화약이 임계점에 꽉 찼기에 별빛 한 줄기가 뇌관을 때려 폭발한 것이다!
화약도 없이 빈 총통만 들고 서 있는 놈들이 “왜 나는 촛불을 꺼도 깨치지 못하는가? 왜 나는 꽃을 보아도 번뇌가 끊이지 않는가?” 징징대고 자빠졌다.
돈오(頓悟)는 번갯불처럼 번뜩이지만, 그 번개를 치게 만들기 위해 먹구름과 습기를 모으는 세월은 천일, 만일의 점수(漸修)여야 한다.
견도(見道)는 산 정상에 오른 것이 아니라 등산로 입구의 안개구름을 겨우 걷어낸 시작일 뿐이다.
그 후로 88결사(八十八結使)의 징글징글한 습기와 업장의 뿌리를 삶의 현장에서 모조리 뽑아내야 하거늘, 어디서 알량한 견해 한 조각 얻어걸렸다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도인 행세를 하는가!
6. 삼신원만(三身圓滿)의 철퇴
대중들은 똑똑히 새겨들어라! 부처의 길은 세 가지 기둥이 하나의 정점을 이룰 때 완성된다.
[법신 (法身) : 견지 見地] 바다의 지도를 꿰뚫는 안목 ▲▼ ▼ [보신 (報身) : 수증 修證] ─── [화신 (化身) : 행원 行願] 수압을 견디는 육체의 개조 거친 파도에 뛰어드는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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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見地)만 있고 수증과 행원이 없는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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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만 살아 숨 쉬는 ‘마른 지혜[乾慧]’요,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횟집 메뉴판만 달달 외우는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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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修證)만 있고 견지와 행원이 없는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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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틀어박혀 기맥 좀 돌아가고 몸이 붕 뜨는 신비체험에 취해 자빠진 ‘눈먼 두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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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行願) 없는 견지와 수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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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뚱이 하나 편하자고 심해로 도망친 비겁자요, 도적놈이다.
이 세 가지가 솥의 세 발처럼 맞물려 이 가죽부대 속에서 피와 살로 응어리질 때, 비로소 천지를 뒤흔드는 대장부의 살림살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저 엎드려 절을 할 뿐이다!
당나라 선종 황제가 될 사미승이 황벽(黃檗) 선사에게 물었다.
“부처에게도 구하지 않고, 법에도 구하지 않고, 승에게도 구하지 않는다 하였거늘, 스님께서는 무엇을 구하려 부처님 전에 그렇게 땀을 흘리며 절을 하십니까?”
그러자 황벽 선사가 그 자리에서 손을 번쩍 들어 사미승의 뺨때귀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찰싹!”
사미승이 얼얼한 뺨을 감싸 쥐며 분개했다.
“어찌 이리 거칠게 행동하십니까!”
황벽 선사는 눈을 부라리며 다시 한번 벼락같이 반대편 뺨을 후려쳤다!
“찰싹!”
“이 빌어먹을 놈아! 여기가 어느 천지라고 거칠다 부드럽다 분별 주둥이를 놀리느냐! 나는 그저 절을 할 뿐이다!”
사미승의 머릿속 논리는 완벽했다. “공(空)인데 왜 절을 하는가?”
그러나 황벽의 따귀는 그 알량한 ‘공’이라는 관념의 성채를 일격에 깨부순 것이다.
진리가 본래 텅 비어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음을 뼈저리게 알면서도, 그 알음알이를 똥통에 처넣고 기꺼이 차가운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찧는 것!
이 가죽부대를 산산이 부수어 부처님 발아래 뼛가루로 내려놓는 것!
그것이 진짜 도(道)다.
머리로 아는 놈 백 명이 모여봐야, 묵묵히 법당 바닥에 무릎을 꿇고 호흡 하나에 온몸의 생명을 싣는 놈 하나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한다.
[주장자를 번쩍 들어 바닥을 쾅! 내리치며 대중을 향해 할(喝)을 내지르시기를]
“오늘 저녁 당장 책장을 덮어라!
혓바닥을 뽑아 문밖에 걸어두고, 척추 뼈마디를 꼿꼿이 세워 단전에 기운을 모아라!
마음을 비우려 애쓰지 마라. 비우겠다는 그놈조차 대망념(大妄念)이다.
들어오고 나가는 숨결을 관(觀)하고, 네놈의 굳어버린 살과 뼈가 호흡 속에서 녹아내리는 것을 지켜보아라!
뼈가 부서지고 골수가 녹아 이 육신이 한 덩어리 거대한 잿더미로 타오를 때,
비로소 네놈의 이마빼기에서 천하를 비추는 광명이 터져 나오리라!
알겠느냐! 앗——!”
[주장자를 내던지고 법상에서 내려오시다.]


